트렌드(Trend)
한 사회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 생각, 표현 방식, 제품 등이 그 사회에 침투 · 확산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상태
요즘 서점이나 전자책 등을 보면 베스트셀러 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미래의 트렌드, 주목해야 할 트렌드 같은 트렌드 관련 도서이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좇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의 트렌드 도서에서 전망했던 내용 대부분은 형태만 조금 바뀐 채 이미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있다. 이렇게 기술적 발전 전망이 확실하고 다수가 추종하는 것을 메가 트렌드라 지칭한다. 그 반대로 다수가 아닌 소수에 초점을 맞춘 것은 마이크로 트렌드라 한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그들만의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며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는 구성원의 수가 적기 때문에 틈새시장 정도의 규모에 적합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역발상 트렌드'는 '메가 트렌드'에 반대되는 관점에서 바라보되, '마이크로 트렌드'처럼 소수에 타겟팅을 하기보다는 메가 트렌드의 규모를 가지고 그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트렌드이다.
메가 트렌드와 역발상 트렌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한쪽이라도 부재하면 트렌드로써의 가치를 잃게 된다. 메가 트렌드를 이해한 후 그 흐름을 역으로 관찰할 때 놓친 부분과 차별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 니즈가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역발상 트렌드는 메가 트렌드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메가 트렌드로 저변을 탄탄하게 구축했을 때 역발상 트렌드로 차별화를 추구할 수 있고 전체적인 트렌드에 대한 관점의 균형을 바로잡고 발상의 전환을 더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한 역발상 트렌드를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소비 시장과 라이프 스타일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받은 분야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줄이어 문을 닫고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 유통 시장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리하다는 이커머스의 장점과 로켓 배송, 당일 배송 등 발전한 배송 시스템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더 가속화시키고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유지될 것이라 예측하게 만든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리테일 아포칼립스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커머스가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부작용과 한계가 존재한다. 절대 모든 소비의 형태를 이커머스가 대체할 수는 없고 오프라인 시장만의 효용성과 사람들의 갈망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무신사가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체험형 공간과 다양한 컨셉의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억눌려졌던 사람들의 오프라인 소비 욕구와 라이프 스타일이 스프링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다수의 전문가는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개인화된 일상이 보편화되고 남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개인의 일상이 중요해지며 이는 곧 소셜 미디어에 대한 높은 의존으로 이어져 극단적 개인주의를 형성할 것이라 예측한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미디어가 특히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저하시켜 개인주의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의 산물일 뿐, 오히려 개인주의가 아닌 집단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다. 문제점은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사회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집단주의는 자신의 집단과 그 외 집단 간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집단 내에서 편향된 정보에 갇히게 되는 필터 버블을 형성한다. 딥페이크의 악용과 더욱 교묘해진 페이크 뉴스 등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져 다른 집단을 헐뜯고 비하하는 행위가 만연 해지는 요즘, 집단주의의 가속화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모두를 강화시키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느쪽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관계주의이다. 관계주의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특정 그룹 사람들끼리의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다. 이때의 관계는 극단적 개인주의를 예방하고 다른 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비하를 하지 않는다. 관계주의의 등장과 함께 급부상한 것이 폐쇄형 소셜 미디어이다. 인증을 받은 사람만이 그룹에 들어올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작은 규모로 연결된다.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사람들간의 어느정도 마음이 맞는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형 소셜 미디어는 흔히 말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가 아닌 소셜 릴레이션 서비스(Social Relation Servic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관계주의는 개인주의에 따른 소외에 대한 두려움과 집단주의에 따른 정보 편식 등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브랜드 커뮤니티 vs 초개인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별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일상으로 녹아들어 왔다. 개인화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초개인화는 소비자의 현재 상황이나 맥락까지 파악하여 현재의 구체적인 니즈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제공하는 더욱 개인에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에서 사용자의 음성을 수집하여 그에 맞는 광고를 띄우고 대부분의 검색 엔진이나 모바일 앱에서 검색했던 상품과 유사한 제품들을 광고로 띄우거나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는 때로는 매우 편리하게 느껴지지만 맞춤형 정보에만 노출되면 필터 버블에 갇히고 정보 편식을 하게 될 수 있다. 맞춤형 추천에 피로감을 느낀 사용자들이 증가하여 '추천 알고리즘 피하는 법'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특정 집단에 소속되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이 속한 특정 집단의 규범이나 특징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초개인화가 발달해도 사람의 속성은 소속 집단에 따라 결정된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젠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 필수가 된 'MBTI'이다. SNS에서 떠도는 MBTI별 성격, 특성 등을 보며 깊은 공감을 하며 알게 모르게 SNS에 나와있는 특성에 자신의 행동을 끼워 맞추며 해당 특성처럼 말하고 행동하려 한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활용하는 역발상 마케팅 방법이 있다. 바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옷, 전자기기 등 특정 브랜드의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 커뮤니티의 상호작용성을 통해 고객 간의 유대감 형성하고 소속감을 강화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구글도 2022년부터 사이트 방문 기록을 분석하여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사용자를 집단으로 묶어 집단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후기
로컬화 - 글로벌화, 온라인 - 오프라인과 같이 서로 상반되는 개념도 한쪽이 성장하면 다른 한쪽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각자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이 강조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관계로 같이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고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내는 단어는 '오히려'이다. 발상의 전환, 일반적인 통계와 예측을 뒤엎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대중화되지 못했던 비대면 진료, 화상회의 등이 보편화되고 이커머스 기술이 급성장하였다. 확실히 인지해야 할 사실은 우리는 비대면 일상을 순수하게, 온전히 받아들였다기보다 비대면 일상의 편익을 선택적으로 취한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편리하게, 효율화된 일상으로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특정 분야에서 역발상 트렌드와 같은 포인트를 잘 찾아내어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발전시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은연중에 한쪽으로 편향된 생각을 당연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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