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타버스가 핫하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검색 기록 기반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Google Trends에 따르면 특히 2021년도 들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새로 등장한 신개념 IT 용어가 아니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동물의 숲은 누구나 한 번쯤 직접 경험해 보거나 간접적으로 접해보았을 것이다. 이들도 모두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대한 구글 트렌드 검색 결과이다.
위의 그래프들을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21년도에 들어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 지능, 빅데이터보다 더 높은 관심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메타버스가 이렇게 핫한 이유가 뭘까?
우린 이미 메타버스를 직접 접해보았고 수도 없이 들어보았지만 누군가 메타버스가 뭐야? 라고 물어보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지만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메타버스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방향성 등을 알려주는『메타버스의 시대 - 이시한』 책을 읽고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며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자 한다.
메타버스의 사전적 정의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이해할 때에는 단순히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 합인 '가상 세계'로 해석하면 안 된다. meta는 "사이에", "~후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μετα' 에서 유래된 접두어이다.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초월한"과 같은 뜻으로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메타버스는 하나의 유니버스를 초월한 상위 개념에 존재하는 포괄적인 유니버스인 셈이다.
현재 위키피디아에서는 메타버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모든 가상세계와 증강현실, 인터넷의 결합을 포함하여
사실적으로 강화된 물리적 현실과 물리적으로 지속적인 가상공간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집단적 가상 공유 공간
통상적으로 메타버스란?
메타버스 용어 자체는 학문적 태생이 아니라 sf소설에서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에 이를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정의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중 문화나 대중의 사용,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재 메타버스를 두고 학문적,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안도 없다. 이를 분류하는 데 근거로 삼을 만한 통일된 기준도 없다. 따라서 어디서 어디까지를 메타버스로 볼 것인지는 자신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의미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자나 기관마다 나름의 정의를 내려 사용한다.
메타버스를 가상현실 정도로 해석하면 이해하기는 쉽지만 메타버스의 개념을 축소시키는 행위가 된다. 메타를 virtual이 아닌 beyond의 의미로 접근하자. 우리가 가져야 할 중요한 시각은 메타버스를 현실/비현실 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현실과 동등한 여러 유니버스의 나열이라 보는 것이다. 즉, 어떤 유니버스가 현실인지 중요도를 따질 필요없이 내가 좀 더 마음에 드는 유니버스를 선택하여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단순 현실의 대안이 아닌 또 하나의 현실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진정한 메타버스란 현실과 유사한, 또는 동일한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또하나의 3차원 현실 세계이다.
하지만 솔직히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기술적 구현 정도를 보면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흔한 SF 영화 스토리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유롭게 현실을 로그아웃하고 현실과 동일한 생동감과 일체감을 느끼는 유니버스에 로그인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5가지 Reality
어디 가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꺼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5가지 단어는 확실히 구분하고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1.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 흔히 말하는 그 VR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라는 고글을 착용하여 현실세계를 차단하고 들어가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2.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 완전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 위에 가상을 덧붙이는 것을 말한다. 실제 세계 위에 그래픽 등을 띄우는 형태이다.
3.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 위에서 설명한 VR과 AR을 합하여 현실 정보 기반에 가상 정보를 융합한 것이다.
4.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 VR, AR, MR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새로 나올 모든 기술을 아우르는 한 단계 위의 카테고리이다.
5. 대체현실(Substitutional Reality, SR)
- 현재와 과거의 영상을 혼합하여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나 사건을 새롭게 구현하고 사용자가 가상 공간을 실제로 착각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VR, AR과 같이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메타버스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 현실 위에서 이루어지는지,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하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고, 이용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용자의 외부 환경과 관련되어 있는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총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사적인 것(intimate)과 외적인 것(external)은 자기 정체성과 행위에 기반을 둔 기술인지 아닌지로 결정된다. 온라인 상에서 아바타를 꾸미거나 생활을 공개하는 행위가 사적인 것이고 외적인 것은 외부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증강(Augmentation)은 현실 위에 가상을 덧붙이는 것이고 시뮬레이션은 모든 환경이 가상인 것이다.
1. 라이프로깅
사적이면서 현실 기반 위에 만들어진 메타버스는 라이프로깅이다. life와 blogging의 합성어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블로그(blog)는 'web log'의 줄임말로 웹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등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최근의 기술적, 문화적 발전상을 고려하면 라이프로깅 자체로만 메타버스를 규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를 메타버스라고 규정하면 단순 페이스북도 하나의 메타버스라고 분류하여야 하는데 그러기엔 현재 통상적으로 추구하는 발전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2. 증강현실
현실 기반이지만 외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구축되는 것이 증강현실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포켓몬고 게임이 있다. 증강현실 기술은 적절한 소프트웨어와 기기의 상용성이 보장된다면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 수는 있겠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비교해볼때는 가상현실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가상현실에서 아바타 스킨 구매나 공간 입장료 등과 같은 요소를 만들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단순히 현실 세계 위에 화면 덧붙이기인 증강현실은 수익 발생 컨텐츠가 비교적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3. 거울세게
거울세계는 가상의 공간에 현실세계를 그대로 복사해 가져다 놓은 것이다. 현실에 새로운 정보를 덧붙이는 형태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에어비엔비, 배달의 민족 등 현실 지도에 가격 등의 정보를 추가하여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거울세계는 '메타버스가 아니다'라기 보다는 '메타버스의 경계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4. 가상세계
가상세계는 디지털 상에 현실과 다른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현실과 유사하거나 대안적인 세계관을 구현하는 것이다. 로블록스, 동물의 숲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위의 4가지 형태는 메타버스의 초창기 모습을 수용하려는 목적에서 고안된 개념이며, 오늘날에는 이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통합된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경제활동이다.
'모든 것에 어울린다'는 말은 '그 무엇과도 어울리지 않는다'와 같은 의미이다. 모든 것에 메타버스를 갖다붙이지 말고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인지 범위를 좁혀 구체화시켜 나가야한다. 구체화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흐름과 가장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경제활동의 여부이다.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개인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메타버스의 주요 구성요소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사용된다.
메타버스를 결정짓는 7대 메가 트렌드, METAPIA
지금까지 형성된 초기 버전의 여러 메타버스, 여러 논의와 전망 등을 바탕으로 메타버스의 특징을 대변하는 7가지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Multi-Avatar
Extended Economy(확장 경제)
Two-way interaction(쌍방향)
Anonymity(익명성)
Play-mission
In-similar life(유사 현실)
At the same time(동시간)
이 7가지 트렌드 중 대부분 공감을 하며 하나라도 없으면 완벽한 메타버스가 될 수 없다고 납득할 수 있었지만 play-mission은 7대 메가 트렌드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를 단순 유흥거리가 아니라 하나의 본능, 습성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가져야하며, 현실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강렬하고 짜릿한 경험을 주는 활동인 놀이를 통해 사용자의 메타버스 접속시간을 늘리고 붙잡아 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하면 결국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여야만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머무르고 싶어한다는 뜻이고 이는 메타버스를 현실과 동일 선상에 놓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왜 Play-mission이 7대 메가 트렌드에 들어갔을까 궁금하여 과거 메타버스들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1995년에 개발된 액티브월드(Active World)를 시작으로 수많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망했다. 그 이유로는 기술적 문제도 있었고 시대를 너무 앞서 갔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하고 메타버스의 개념이 점점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망한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플랫폼 자체가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가 크다고 한다. 즉, 웬만한 서비스로는 흥행하기 힘들었고 적어도 사람들이 한 번 쳐다보게라도 만들기 위해서는 Play-mission 이라는 요소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비교적 과거 메타버스 사례 중 기억나는 것은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정도인데 모두 게임이다.
카트라이더가 현대 자동차와 제휴를 맺고 리그오브레전드가 루이비통과 콜라보하는 등 놀이, 게임에 대한 인식과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라곤 하지만 메타버스가 현실과 동등한 하나의 유니버스라 하기엔 놀이적 요소 없이도 사용자가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능동적으로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이 책의 작가가 주장한 메타버스에 대한 해석과 이해관계가 부합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기존 메타버스들의 특징을 분석하여 정리하여 나열해보면 메타피아(METAPIA)가 맞지만,
먼 미래의 궁극적인 메타버스는 METAPIA에서 P가 빠진 메타이아(METAIA)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의 전망
수많은 조사 기관들이 메타버스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예측한다. 3년 안에 메타버스 시장이 10배 가량 성장한다고 예측하며 글로벌 시가 총액 top10 기업 중 7곳이 이미 메타버스 공략에 나섰다고 밝히는 등 몇 년안에 정말 '메타버스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다.
개인적인 견해
메타버스가 요즘 핫하고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투어 메타버스에 개발과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기술이라서?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현재, 무궁무진한 메타버스 시장이 기업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였지 않을까. 사람들이 게임 캐릭터 패션에도 수십, 수백만원을 아낌없이 쓰는데 게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신이 직접 활동하는 또 다른 유니버스인 메타버스에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돈을 쓸 것이다. 이와 같이 높은 수익을 높은 확률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술에 기업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와 더불어 현재 전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공급도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언택트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버스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메타버스가 이슈가 되고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의 통신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혁명인 인터넷 혁명과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 이전 통신의 방식과 형태에 불편함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스마트폰이 일반인들에게도 공급되었기에 스마트폰 등장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등장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과 더욱 빨라지는 통신 속도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 라이프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메타버스의 등장이 인터넷, 스마트폰 혁명만큼 각광받을 수 있을까? 2G 시대에 태어나 3G, 4G를 거쳐 5G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터넷 강국의 평범한 대학생 생각으로는 메타버스 혁명은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고 놀라운 메타버스를 구현해낼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 또는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메타버스 도입이 불가피해지지 않는 이상 혁명적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GAFA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를 혁명 속으로 강제로 끌고 갈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삶에 깊이 자리잡을 기술이다.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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