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1주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참 빠르다. 2021년 한 해동안 어떻게 살아왔으며, 뭘 했는지 정리하고 되돌아보고자 한다.
솔직히 나는 입대 전부터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딱히 흥미가 생기는 것도 없었고 무언가 이끌려서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학교 수업 듣고 흔한 컴공 대학생처럼 대학 생활하며 방황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지는 않고 언젠가 내가 잘하고 좋아하며 하고 싶은 무언가가 신의 계시처럼 내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나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1월에 바로 입대했는데 입대하고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대학교 2학년까지 마쳤으면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나, 왜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게 없는지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내가 변하려고 노력했다. 전공 관련 공부뿐만 아니라 내 생활의 전반적인 태도와 습관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꾸준히 운동한 것이다. 4월 경부터 12월 현재까지 웬만하면 일주일에 5일은 체단실에 올라가서 운동을 했다. 운동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근육이 많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축구, 농구 같은 스포츠를 좋아해서 기본적인 근육은 잡혀있을 줄 알았는데 근육량이 생각보다 부족했다. 팔 굽혀 펴기가 왜 가슴 운동인지도 몰랐다. 반년 정도 꾸준히 운동하니까 몸이 변하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여서 정말 뿌듯했고 재미 붙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혼자 유튜브도 찾아보고 선임, 동기, 후임들에게 배우며 올바른 운동 자세와 나만의 루틴을 확립해나가고 있다. 근육도 잡혀가고 확실히 체력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 얼른 전역해서 사회 헬스장 다니고 싶다.
그다음으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독서이다. 대학교 다닐 때 2년간 읽은 책의 수는 0권이다. 한 권정도는 있을줄 알았는데... 독서 자체는 싫어하지 않았지만 사회에서는 여가 시간에 놀러 다니거나 게임하기 바빴지 독서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뿐더러 독서의 필요성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솔직히 훈련소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는 책이라도 읽자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요즘엔 재미가 붙어 저녁시간에도 책을 읽는다. 뭐든 재미 붙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부대에 도서관도 있고 신간 도서도 많이 들어와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 소설, 자기 계발서, 기술 서적 등 40권 정도 읽었다. 읽은 책들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정리하여 포스팅할 예정이다. 내년에 복학하면 '노트북 들고 과제하러'가 아닌 '책 읽으러' 중도에 갈 것이다.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다. 전입 초반 뭘 공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했고 사무실 생활하며 느낀 소통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채팅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사용하기도 했다. 어떤 분야로 나아가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말 무작정 스프링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 하는 모든 공부가 미래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맨 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컴퓨터 사양, 환경 등 여러 요인 때문에 그다지 효율적인 공부를 하진 못하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부하면서 하기 싫고 귀찮고 편해지고 싶고 전역도 많이 남았는데 조금만 더 쉬자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특히 1일 1 커밋 100일 차 넘어가면서 고비였다.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습관이 되어버려 좀비처럼 공부했었다.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이 많이 들 때에는 영화도 한 편씩 보면서 힐링하기도 하고 쉬면서 여러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했다. 유튜브에서 성공한 개발자들 브이로그를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전화하면서 성공한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성공하고 싶다.
몇 달간 1일 1 커밋을 하다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날에도 억지로 커밋을 하게 되자 휴가를 기점으로 1일 1커밋을 중단한 후 의미 있는 커밋만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잔디밭이 듬성듬성해졌긴 하지만 잔디 없는 날에도 뭔가를 열심히 했을 것이다..! 잔디밭 사진을 보니 1일 1 커밋을 첫 휴가 갔다 와서 시작해서 두 번째 휴가전까지 계속했다. 우리 삶에서 휴식이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21년 8월부터 부대원들과 알고리즘 스터디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가끔 시간이 없거나 안 맞아서 미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4명이서 2주 동안 동일한 주제(정렬, 그래프 등)의 문제를 5~6개 풀고 하루 모여서 자신의 풀이 방법을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내가 풀이한 방법을 설명하면서 좀 더 깔끔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풀이를 들으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외 성취한 것을 간단히 나열해보면 태권도 2단 승단, 특급전사 달성, 군 e-러닝 활용하여 3학점 취득 정도가 있다. 한 문제 차이로 A0를 받아서 아쉽긴 하지만 계절학기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3학점 취득한 것에 만족한다. 태권도나 특급전사도 개인 정비 시간, 연등 시간을 활용해가며 취득한 것들이라 결실을 맺었을 때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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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짧은 1년이었다.
과거를 많이 반성하게 된다. 대학생 때 대체 뭘 하며 살아온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과거를 수용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면 미래의 나는 과거를 회상할 때 흐뭇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블로그의 이름의 의미를 잊지 말자
지금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사무치지만 입대 전처럼 주구장창 놀지 않고 뭐라도 잡아서 열심히 하니까 걱정이 덜 하다.
되돌아보니 나름 뭔가 많이 한 것 같지만 힘들고 귀찮다는 핑계로 허비했던 시간들도 상당히 많았다. 하루 종일 누워서 폰만 하기도, 잠만 자기도 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어리석은 핑계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으므로 내년에는 더 많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나를 위해 쓰자!
곧, 전역의 해가 밝는다. 사회에서의 귀한 시간을 더욱 값지게 보내기 위해 남은 5달 동안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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